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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해안 마을 카페 전 세계 프리랜서들에게 ‘크리에이티브 세금’ 도입

Antyoon in Swipe 2025. 4. 9.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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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공간 창작활동 사용료

 

카페 점령한 프리랜서와 디지털 노마드를 겨냥한 새로운 공공공간 사용료. 영국의 한 해안 마을이 전 세계 프리랜서들의 창작 활동에 경종을 울리는 이례적인 조치를 내놨다. 이른바 ‘크리에이티브 세금(Creative Tax)’이라는 이름의 이 제도는 공공 카페 공간을 무단으로 ‘코워킹 스페이스’처럼 사용하는 창작자들에게 시간당 3파운드(약 5,100원)의 사용료를 부과하는 것이다.

 

“이제 카페는 일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잉글랜드 남부 해안의 작은 마을, 네더퍼드온시(Netherford-on-Sea). 그림 같은 풍경과 여유로운 분위기로 유명했던 이 마을이 최근 프리랜서들의 유입으로 예상치 못한 혼란을 겪고 있다. 네더퍼드 카운슬(지자체)은 “지역 독립 카페의 본래 분위기와 전통적 고객의 접근성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히며, 4월 1일부터 공식적으로 공공공간 창작활동 사용료(Public Space Creative Usage Levy, PSCUL) 를 시행했다.

지자체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지역 카페 좌석의 40%가 프리랜서, 원격 근무자, 디지털 노마드들에 의해 점유되고 있으며, 이들은 종종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을 착용하고, 생소한 브랜드의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며, 노트북 혹은 A3 스케치북을 펼쳐놓고 하루 종일 머무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창작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이제는 차 한 잔을 주문하려 해도 옆 테이블에서 서브스택 뉴스레터 회의나 리소그래프 진 기획 회의가 들려오는 상황이죠.” — 시의회 의원 셰일라 부스(Sheila Booth)

‘창작 행위’ 정의도 상세하다

네더퍼드 카운슬은 아래와 같은 행위를 ‘공공 창작 활동’으로 간주한다고 명시했다. 창작 활동을 지속하려는 사람은 월 45파운드의 ‘크리에이티브 라이선스’를 구입해야 하며, 무단 활동 시 벌금 또는 디자인된 프리랜서 전용 벤치로 이동하라는 요청을 받을 수 있다. 이 벤치는 태양광 USB 포트와 ‘약간의’ 쿠션을 갖춘 좌석으로 구성돼 있다.

① 공공장소에서 어도비(Adobe)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행위

②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착용한 채 노트북으로 글을 쓰는 행위

③ 지나치게 몰입한 채 A3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는 행위

④ “3시에 피칭이 있어요”라는 말을 하는 행위

⑤ KeepCup, 바나나, 몰스킨 노트를 테이블에 올려두고 90분 이상 머무는 행위

업계 반응은 엇갈려

현지 카페 업주들의 반응은 분분하다. 플랫 화이트 웨일(Flat White Whale) 카페를 운영하는 배리 트렌트는 “크리에이티브 고객들 덕분에 가게가 돌아간다”고 말하면서도, “내 창가 자리는 몇 달째 폰트를 주제로 한 팟캐스트 편집자에게 점령당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한편 지역 일러스트레이터들은 ‘Tax This Doodle’, ‘PSCUL is Pants’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를 제작해 항의하고 있으며, 복수의 카피라이터들은 “공공 창작 선언문(Manifesto for Public Creativity)” 초안을 구글 문서로 작성 중이다. 문서 파일명은 ‘REVOLTFINALv3_REALFINAL.docx’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청한 한 그래픽 디자이너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냥 조용히 여우를 그리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런데 이제는 커피값보다 창작세가 더 많이 나가요. 창의 경제를 지지하던 시절은 다 어디 갔나요?”

 

주변 지역도 주시 중

네더퍼드 카운슬은 이번 조치가 6개월간의 시험 시행임을 강조하며, 이후 반응에 따라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웃 마을인 이스트 플럼위치(East Plumwich)는 최근 아티산 베이글 카페 겸 코워킹 공간의 등장과 함께 창작 인구 유입이 눈에 띄게 늘고 있어, 유사 정책 시행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제 영국 해안 카페의 풍경은 다시 ‘조용한 티타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니면 크리에이티브 혁명의 서막이 될까. 프리랜서들의 노트북과 펜 끝에서 다시 한 번 이야기의 서사가 쓰이고 있다.


 

“네더퍼드온시(Netherford-on-Sea)는 없다”

크리에이티브 택스 소동이 남긴 진짜 교훈. 프리랜서와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공간 논쟁은 오늘날 일상이 되었다. 그러니 “영국의 어느 해안 마을이 카페에서 작업하는 프리랜서에게 시간당 사용료를 부과하는 ‘크리에이티브 세금(Creative Tax)’을 도입했다”는 뉴스가 등장했을 때,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실제로 이 이야기는 꽤나 잘 짜인 이야기였다. 노트북 하나로 하루 종일 카페 창가를 점령하는 사람들,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아트북, KeepCup… 카페는 일하는 공간이 아니다! 라는 지역 당국의 엄포. 이 모든 요소는 현재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과 맞닿아 있었기에, 한편으론 “그럴 법도 하다”는 납득을 불러일으켰다.

 

‘네더퍼드온시(Netherford-on-Sea)’라는 해안 마을의 이름까지 어디선가 들어본 듯 익숙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검색을 해봐도 ‘네더퍼드온시’라는 마을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구글 지도에도, 영국 정부 지방자치단체 리스트에도, 지역 뉴스에도. 오직 이 기사에서만 등장하는 마을이었다. 더욱이 기사 날짜는 ‘2025년 4월 1일’. 그제야 깨달았다. 이건 정교하게 만들어진 만우절 기사였다는 걸.

 

진짜보다 더 그럴듯한 가짜

이 기사는 영국의 크리에이티브 업계를 다루는 유명 매체 [Creative Boom]의 만우절 특집이었다. 웃긴 점은, 이 기사에는 흔한 유머 포인트도, ‘이건 농담입니다’라는 장치도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그저 요즘 사람들의 불만과 이슈를 ‘너무 그럴듯하게’ 담아낸 것이 전부였다. 만우절이니 가짜 뉴스도 괜찮다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 해프닝이 말해주는 건, 우리가 정보를 얼마나 쉽게 믿고, 공유하며, 확신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팩트체크는 여전히 중요하다

요즘 우리는 너무 빨리 반응한다. 마음을 자극하는 제목만으로도 기사를 공유하고, 글을 쓰고, 댓글을 단다. 네더퍼드 기사처럼 다음 조건만 충족되면 대부분은 진실처럼 느껴진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사회적 흐름과 잘 맞을 때, 믿을 만한 사이트에서 작성되었을 때, 디자인도 그럴듯하고, 부정확한 점이 눈에 띄지 않을 때, 그리고… 4월 1일이라는 날짜가 눈에 띄지 않을 때

 

이 사건은 그저 웃고 넘길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것은 지금 우리 시대의 콘텐츠 소비 방식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나는 얼마나 자주 팩트를 확인하고 있는가?”, “내가 믿은 정보는 실제로 누구에 의해, 어떤 맥락에서 만들어졌는가?” 우리가 쉽게 소비하고 퍼뜨리는 정보들 속엔 가끔 누군가의 의도, 혹은 순수한 유머가 감춰져 있을 수도 있다. 그런 정보를 걸러낼 수 있는 눈을 가지는 것이, 바로 오늘날 커뮤니케이터로서의 기본 역량이 아닐까.

 

교훈이 남는 만우절 농담

네더퍼드온시 해안 마을도, ‘공공 창작 활동 사용료’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고민해볼 이슈는 분명히 존재한다. 공공공간의 사용 방식, 원격근무 시대의 에티켓, 창작자들이 마주하는 일상의 경계들. 그리고 무엇보다, ‘진짜와 가짜’를 가리는 우리의 감각. 가끔은, 잘 짜인 농담 하나가 진짜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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