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정신과 전통을 담은 와인
이탈리아 럭셔리 패션계의 거장, 브루넬로 쿠치넬리(Brunello Cucinelli)가 이제는 패션을 넘어 와인 산업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그는 “와인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문화적 상징이자 인간의 가치”라고 말하며,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닌 철학과 미학이 담긴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솔로메오의 포도밭에서 탄생한 ‘와인의 예술’
쿠치넬리는 2011년, 자신이 복원한 중세 마을 솔로메오(Solomeo)에 5헥타르(약 15,000평)의 포도밭을 조성했다. 이곳에서 11년간 자연의 흐름을 따르는 전통적인 양조 방식으로 재배한 포도들은 2018년 빈티지 ‘Rosso del Castello di Solomeo’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공개되었다.
자연을 담은 설계 쿠치넬리는 포도밭의 줄기를 곡선 형태로 배치해 햇빛을 최대로 받으며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는 단순한 농업이 아닌, ‘자연 속 정원’을 조성하는 예술적 접근이었다.
엄격한 품질 관리 그가 선택한 품종은 까베르네 프랑,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를 기본으로 한 보르도 블렌드이며, 중앙 이탈리아 전통을 반영하기 위해 산지오베제(Sangiovese)를 추가했다. 포도 수확 시 송이가 아닌 개별 포도를 직접 선별하는 등 극도로 정밀한 과정을 거친다.
철학과 미학이 담긴 와인 쿠치넬리는 “와인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삶과 철학을 담은 숭고한 상징”이라며, 와인 양조를 시간을 초월한 인류의 지혜로 정의했다. 그는 플리니우스(Pliny the Elder)와 니체(Nietzsche), 그리고 고대 그리스의 아테네우스(Athenaeus of Naucratis)를 인용하며, 와인이 인류의 역사와 문화 속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지 강조했다.
4년간 숙성된 9,000병 한정 생산 와인
이탈리아의 유명 와인 컨설턴트 리카르도 코타렐라(Riccardo Cotarella)는 쿠치넬리의 프로젝트를 두고 “그는 평범한 방식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와인의 병입 후 4년간 숙성시키는 등 일반적인 와인보다 훨씬 긴 시간을 투자했으며, 이를 통해 더욱 깊고 균형 잡힌 풍미를 구현했다. 쿠치넬리는 이 와인을 9,000병 한정 생산하며,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해 한 병당 400달러(약 50만 원)라는 높은 가격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솔로메오 복원 프로젝트와 지속가능한 미래
쿠치넬리는 단순히 와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전통을 보존하는 철학적인 접근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2018년, 솔로메오 외곽 173에이커(약 70만 평)의 땅을 복원하며 포도밭, 올리브 나무, 해바라기, 밀밭 등을 조성했고,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힘쓰고 있다. 그가 와인 양조장(칸티나, Cantina) 입구에 바쿠스(Bacchus, 와인의 신) 조각상을 세운 것도 이런 철학의 일부다. 그는 이를 “어머니 대지(Mother Earth)에게 바치는 성전(聖殿)”이라고 설명하며, 기술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밝은 미래를 꿈꾼다고 덧붙였다.
럭셔리 패션에서 와인까지,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도전
그의 와인 사업 확장은 단순한 비즈니스가 아니라, 삶의 미학과 철학을 반영한 프로젝트다. 그는 “패션을 팔지 않았다면 와인과 올리브 오일을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라며, 2012년 기업공개(IPO)를 통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한 것이 이번 와인 프로젝트 실현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전했다. “럭셔리 패션 브랜드가 만든 와인”이 아닌, “이탈리아의 정신과 전통을 담은 와인”
단순한 농업이 아닌, 자연과 미학이 조화를 이루는 예술적 접근. 한 병당 400달러, 연간 9,000병 한정 생산으로 희소성과 품질 강조. 쿠치넬리는 이 와인을 통해 패션 브랜드의 한계를 넘어서, 문화적 가치와 철학을 담은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확장하려는 비전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그의 와인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 그리고 그가 꿈꾸는 지속 가능한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