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전반에서 변화와 지속 가능성을 외쳤지만, 결국 원점으로 돌아왔다
5년 전, 세계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멈춰섰다. 중국에서 시작된 바이러스가 유럽과 북미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패션 산업도 유례없는 위기를 맞았다. 런웨이가 사라지고, 매장은 문을 닫았으며, 공급망이 붕괴되었다. 이 과정에서 패션 업계는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더 천천히, 더 지속 가능하게, 더 윤리적으로’라는 슬로건이 곳곳에서 등장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팬데믹 이전과 얼마나 달라졌을까? 패션은 정말로 교훈을 얻었을까, 아니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을 뿐일까?

느리게 가겠다는 다짐, 결국 잊혀졌다
팬데믹 초기, 많은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은 속도 경쟁을 멈추고 패션 캘린더를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컬렉션 수를 줄이고, 시즌 개념을 재정립하며, 공급망을 보다 지속 가능하게 구축하겠다는 약속이 쏟아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은 변했다.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완화되자마자 패션 산업은 다시 과열되기 시작했다. 럭셔리 브랜드들은 더 많은 제품을 출시했고, 패션위크는 더 화려해졌으며, 마케팅 경쟁도 치열해졌다. 패션이 그토록 강조했던 ‘속도 조절’은 결국 한낱 공허한 외침이 되었을 뿐이다.
지속 가능성, 과연 실현되었는가?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성도 팬데믹 기간 동안 뜨거운 이슈였다. 많은 브랜드들이 재생 가능한 소재 사용을 늘리고, 과잉 생산을 줄이며, 탄소 배출을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현실은 기대와 다르다.
물론 일부 브랜드는 실질적인 변화를 이루어냈다. 예를 들어 스텔라 맥카트니(Stella McCartney)와 파타고니아(Patagonia) 같은 브랜드는 환경 친화적인 경영 방식을 꾸준히 발전시켜왔다. 하지만 패스트 패션 브랜드는 여전히 대량 생산과 과소비를 조장하고 있으며, 많은 럭셔리 브랜드도 지속 가능성을 마케팅 도구로 활용할 뿐, 실질적인 변화는 미미한 수준이다.
팬데믹 이후, 패션은 다시 어디로 가고 있는가?
팬데믹은 패션 산업에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지금처럼 계속 가도 괜찮은가?”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 질문은 점점 희미해졌다. 브랜드들은 다시 무리한 성장을 추구하고 있고, 소비자들도 과거처럼 쇼핑을 즐기고 있다.
결국, 팬데믹이 남긴 가장 큰 교훈은 ‘변화는 쉽지 않다’는 점일지도 모른다. 지속 가능성이나 윤리적 소비 같은 가치가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지만, 실제로 이를 실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패션 산업은 여전히 기로에 서 있다. 과거의 패턴을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진정한 변화를 이룰 것인가? 코로나19가 던진 질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크리에이티브 커리어에서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 13가지 교훈 (0) | 2025.03.22 |
---|---|
변화의 시대, 더 나은 뷰티 CEO가 되는 법 (0) | 2025.03.22 |
반려견 친화적인 파리에서 반려견과 함께하는 법 (0) | 2025.03.22 |
성공적인 고객 관계를 위한 7가지 인사이트 (3월 19일 ‘고객의 날’) (0) | 2025.03.21 |
양귀자의 장편소설 "모순" 줄거리와 해석, 삶의 본질적인 모순을 받아들이는 과정 (0) | 2025.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