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이노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 앰비언트 뮤직 창시자가 묻는 예술의 쓸모

2026. 5. 22. 22:24Culture Swi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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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감정이 생겨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책을 읽게 된 이유

몇 년째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다 보니 신간을 빠르게 접할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긴 한데요. 언제나 저는 체력만 된다면 책도 즐기면서 읽고, 책 소개도 많이 하고 싶거든요.

사실 책을 일하듯 읽는 편이라 퇴근 후 독서는 솔직히 괴롭기까지 합니다. 그래도 브랜딩이나 마케팅 관련 업무를 할 때면 그동안 읽었던 책들에게서 굉장한 도움을 받아요. 갑자기 툭툭 문장들이 튀어올라오거든요. 그렇기에 손에서 놓을 수가 없는 거죠.

《부동산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나》를 읽고 《편안함의 습격》을 읽으려던 참이었는데, 여간 첫 장 펴는 것도 힘들던 차에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 신간을 소개할 기회가 생겼어요.

받아보니 생각보다 쉽고 얇아서 정말 부담 없이 읽히는 책이었습니다. 점심 산책하면서 호로록, 퇴근 전 라떼 마시면서 호로록. 아주 간편하게 읽게 되더라고요.

 

 

책 기본 정보

제목 : 예술은 무엇을 하는가 — 아직 끝나지 않은 이론

원제 : What Art Does

저자 : 브라이언 이노, 베테 아드리안스

역자 : 김희정

출판 : 알에이치코리아(RHK)

발행 : 2026년 5월 20일

 

 

브라이언 이노는 누구인가

이 책을 읽기 전에 브라이언 이노라는 인물을 먼저 알고 가면 훨씬 다르게 읽힙니다.

브라이언 이노는 앰비언트 뮤직의 창시자로 불리는 음악가이자 프로듀서입니다. 콜드플레이, U2, 토킹 헤즈, 데이비드 보위와 협업해 온 '뮤지션들의 뮤지션'이라고 불리는 인물이에요. 단순히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소리와 공간과 감정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오랫동안 탐구해 온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던지는 질문이라서 더 무게감 있게 읽혔어요.

"우리에게, 삶에게, 세계에게 예술의 쓸모란 무엇인가."

 

 

이 책이 던지는 질문

예술은 왜 필요한가. 대체 무슨 역할을 하는가. 어떻게 개인을 변화시키고, 공동체를 형성하며, 세상을 움직이는가.

어렵지 않게, 그러나 넓고 깊게. 브라이언 이노와 작가 겸 비주얼 아티스트 베테 아드리안스는 예술이 특정 소수의 영역이 아니라 모두의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확장되는 과정임을 보여줍니다.

중간중간 삽입된 삽화들이 꽤 유머러스하면서도 개념을 직관적으로 전달해 줘서, 이론서 특유의 무거움 없이 술술 읽히는 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에요.

 

 

기억에 남는 문장들

책을 읽으면서 밑줄을 긋고 싶었던 문장이 몇 개 있었어요.

"예술은 감정이 생겨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 p.25

"감정은 그다지 평판이 좋지 않다." — p.28

두 문장이 나란히 놓이는 순간, 묘하게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감정적'이라는 말을 얼마나 가볍게, 혹은 부정적으로 써왔는지를 돌아보게 되는 지점이에요.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약함이 아니라, 오히려 예술이 작동하는 방식의 핵심이라는 것.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고민하는 입장에서도 꽤 오래 붙잡히게 되는 문장이었습니다.

 

'기능 ↔ 예술' 스펙트럼이 인상적이었던 이유

책 속에서 가장 시각적으로 인상 깊었던 페이지가 있어요. 물 마시기, 요가, 현대무용을 나란히 놓고 이렇게 설명하는 부분이었습니다.

기능이 적을수록, 꼭 해내야 하는 기능이 적을수록 예술을 할 수 있는 폭은 더 넓어진다. 더 큰 자유가 주어지는 것이다.

이 개념이 저한테는 단순히 예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브랜드가 어떻게 포지셔닝되느냐의 문제로 읽혔어요. 기능에 묶인 브랜드일수록 언어가 좁아지고, 기능에서 자유로울수록 브랜드가 만들어낼 수 있는 세계가 넓어지는 것처럼요.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음악가 존 해셀이 자신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질문으로 꼽은 것이 바로 이 질문이라고 책은 소개합니다.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단순한 질문인데, 막상 답하려고 하면 쉽지 않아요.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익숙한 것이었거나, 해야 한다고 믿어온 것들이었던 경우가 꽤 있거든요.

이 질문 하나가 책을 다 읽고 나서도 한동안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브랜딩과 창작을 하는 사람에게 권하는 이유

저자는 말합니다. 예술이란 "불확실한 삶을 꿈꿔 보는 연습이자, 세계와 연결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왜 우리가 바쁜 일상 속에서도 전시를 보러 가고 음악을 듣고 책을 펼치는지가 조금은 설명되는 것 같았어요.

브랜드를 만들고, 메시지를 설계하고, 창작하는 일을 하는 분들이라면 특히 더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거예요. 예술과 기능 사이의 경계를 어디에 두느냐가 결국 브랜드의 언어를 결정하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데일리 미러》는 이 책을 두고 "이 책 자체가 일종의 예술 작품이다"라고 평했고, 음악가 김한주(밴드 실리카겔 소속)도 추천 도서로 꼽은 책입니다.

 

마치며

얇고, 쉽고, 중간중간 삽화도 있어서 부담 없이 읽히는 책이에요. 그러면서도 읽고 나면 뭔가 조용히 마음속에 남는 게 있는 그런 책.

예술에 관심이 있든 없든, 창작하는 일을 하든 하지 않든. 한 번쯤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싶은 분들께 권하고 싶습니다.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직 읽지 않으셨다면, 오늘 퇴근길에 가볍게 펼쳐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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