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록🖋️ 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마거릿 렌클(Margaret Renkl) 영미에세이 이동진 평론가 추천책

2024. 2. 1. 21:33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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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집굴뚝새는 자기 영역에 들어온 작은 새들을 죽인다. 어치는 다른 새들의 새끼를 잡아먹는다. 시인이자 수필가인 마거릿 렌클이 관찰한 미국 남부의 울창한 자연은 아름다울 수만은 없는 세계다. 하지만 마거릿 렌클은 자신의 정원에서 박새를 죽인 집굴뚝새를 미워하지 않는다. 귀여운 갈색빛 몸과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가진 집굴뚝새의 난폭한 본능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그 작은 몸을 갖고 살아남기 위해 진화한 특성일 뿐이기 때문이다. 자연은 그 누구도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는다. 렌클이 죽은 박새를 발견했던 둥지는 잠시 비워졌다가 다른 박새의 안식처가 되었다. 렌클은 아름답고도 무심한 야생 생물들을 바라보면서 삶에 관한 지혜를 배운다. 미국 남부 지방 대가족 출신인 그녀는 수많은 친척과 함께 성장해 왔고, 세월이 흐르면서 그만큼 많은 사람을 떠나보내야 했다. 죽음은 아름답게 찾아오는 경우가 별로 없다. 노쇠함은 늙어 가는 당사자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에게도 짐을 지운다. 멋진 추억을 함께했던 기억들은 늙고 병든 몸을 가진 오늘 앞에서 쉽게 휘발해 버린다. 렌클은 자신과 남편을 키워 주었던 어른들을 돌보게 될 때마다 그렇게 지쳐 버리는 마음을 다독여야 했고, 그런 그녀에게 가장 큰 깨달음을 준 것이 바로 정원에 찾아오는 온갖 생물이었다. 지금껏 무사히 살아남았다는 기쁨이나 오늘을 무사히 보내야 한다는 절박함마저 지니지 않은, 오직 ‘지금’만을 향해 모든 에너지를 모으는 작은 동물들. 어느 청설모는 ‘청설모 방지 새 모이통’에 입을 들이대고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씨앗을 하나씩 뽑아 먹는다. 그때 ‘지금’은 끝을 모른 채 이어진다. 그 작은 동물의 배가 부를 때까지. 태어나는 삶도, 저물어 가는 삶도 모두 각각의 기적적인 ‘지금’들을 갖고 있다. 치열하게 먹고 먹히면서도 꿋꿋이 번성을 꾀하는 자연의 흥망성쇠는 이 책 속에서 하나로 이어진 흐름처럼 느껴지며, 거기서 탄생과 죽음은 공평하게 존중받는다. 자신의 온 삶과 이 세상을 허허로운 따뜻함으로 둘러싸는 이 책은 독자들에게 익숙하고 포근한 이불 같은 온기를 선사할 것이다.
저자
마거릿 렌클
출판
을유문화사
출판일
2023.12.25

 

2024년 2번째 읽기록

By Jeong-Yoon Lee

 

 

1월에 20편이 넘는 영화를 보다 보니 책 읽을 시간(생각)이 확 줄었지만, 독서를 절대 미루지 못하게 해주신 이동진 평론가님의 1월 추천 책을 보고 교보문고로 달려가 바로 구했다. 이동진 평론가님의 카테고리가 생길 것 같다. 언급만 하시면 바로 베스트에 올라오니 책 읽기에 엄청난 영향력을 불러일으키시고 계신 거 같다. 이동진 평론가님 덕분에 다양한 작품과 영화 관련 지식들이 쌓여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정말 고맙습니다.)

 

「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책이 아름답다. 표지 그림부터 챕터 사이사이마다 엽서와 같은 예쁜 그림이 숨어있다. 시집을 읽는 거 같다가도 누군가의 일기장을 펴보는 거 같기도 하다. 초반엔 살짝 머리와 눈이 따로 놀아 집중력이 떨어졌지만 점점 책에 빠져들수록 이 책을 2024년 초반에 읽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곧 설이잖아요! 가족을 만나기 전에 읽으면 더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어요. 가족의 고마움, 미안함, 사랑, 서로에게 속해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인지하게 되니까. 더구나 나는 서울에 혼자 떨어져 살고 있기 때문에 가족을 만나면 그 소속감이 더 크게 다가오는 거 같다.

 

책 제목처럼 이별(상실)과 새로운 사랑, 삶에 관한 이야기다. 책을 읽는 내내 나의 그때를 떠올리게 되었다. 내가 경험했던 이별의 순간순간들과 내가 떠올릴 수 있는 엄마, 아빠의 순간들. 기억을 꺼내는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꺼낼 수 있는 좋고 나쁜 기억이 많다는 건 정말 행복한 삶인 거 같다. 간혹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나의 어릴 적 소중한 기억을 곱씹게 되기도 하는데 대화가 끝나고 나면 아~ 나에게 이런 기억이 숨어져 있었다니. 그래서 그와 비슷한 기억들을 더듬어 다시 꺼냈다 넣어두게 되는 거 같다.

 

죽음에 대한 기억도 꺼내보게 하는 책이었다. 내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던 죽음의 기억은 무엇이 있었지? 초등학생 때 키웠던 강아지가 있었다. 학교 앞에서 사 온 병아리를 닭까지 키워 아빠가 잡았는데 그 닭뼈를 먹고 그 강아지가 죽었다. 강아지를 패딩 안에 안고 동물 병원을 오가며 밤새 울었던 기억이 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 돌아가셨는데 선생님을 태운 차가 학교 운동장을 돌다가 빠져나갔던 추모현장도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 하나둘 떠올려 보니 나도 죽음과 관련된 기억이 적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나와 가까운 누군가 죽음을 맞이할 때, 그때 들을 수 있는 마지막 말과 내가 뱉을 수 있는 마지막 말은 무엇일까? 여러 고민을 해보게 되었던 거 같다. 나의 어머니, 아버지에게 나의 동생, 조카들에게 내가 죽기 전까지 그들이 죽기 전까지 어떤 말과 상황들이 오갈지 모르겠지만 후회가 남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Photo: Jeong-Yoon Lee @antyoon

 

☞ 선정내역

B tv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2024년 1월 최고의 책" 소개 도서

 

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저자(글) 마거릿 렌클(Margaret Renkl, 1961~ )

1961년 미국 앨라배마주 안달루시아 출신.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 문예창작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프리랜서 작가 일을 시작했다. 테네시주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문학 잡지 「Chapter16」을 창간하고 10년 동안 편집장을 역임했다. 2015년에 「뉴욕 타임스」에 연재를 시작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얻기 시작했고, 첫 번째 책인 『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를 출간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꾸준히 연재와 책 출간을 이어 가며 미국에서 사랑받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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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Jeong-Yoon Lee @antyoon

 

 


문장 수집

너도 알겠지만, 가끔 상황이 나빠질 때가 있고 그런 다음엔 다시 좋아지는 법이지.

p. 011

 

너의 모든 이웃집에서 흑인들이 일을 한다 해도, 그 이웃집에 사는 흑인은 없다.

 

새로운 일은 어찌 됐든 행운이다.

p. 061

 

내가 책 속의 모든 단어를 큰 소리로 읽을 수 있고 전부 이해한다는 걸 보여 주었다. 엄마는 행복해하는 나를 보고 너무 기뻐서, 우리에게 돈이 전혀 없는데도 그 책을 사서 집으로 가져가도 된다고 말했다.

p. 073

 

아무도 총을 맞지 않았다. 아무도 쥐잡이뱀에게 물리거나 황소에게 받히지 않았다. 명백히 위험에 처해 있었음에도 우리는 아무런 해도 입지 않았다. 나는 몇 년이 흐른 뒤에야 그때 내가 전혀 안전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p. 099

 

어머니는 데이지 꽃을 결혼식 부케로 들었다. 그래서 그 꽃이 필 때면 나는 늘 그 햇살 같은 얼굴에서 어머니 평생의 기쁨을 생각한다.

p. 100

 

우리가 장애라고 부르는 것을 그들은 축복으로 여겼다. 신은 그들 공동체로 하여금 그런 희귀한 보물을 돌보게 했고, 그들은 예술에서도 그런 믿음이 가치를 지니도록 공을 들였다.

p. 101

 

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나는 조금씩 죽어 가요.

p. 110

 

참된 야생에 무지한 사람이 자연에 관해 글을 쓰려면 신경 소모가 많다. 하지만 무지의 이면은 놀라움이고, 나는 놀라움에 능숙한다.

p. 111

 

생각해 보면 내가 원했던 건 일종의 마침표였던 것 같다. 자연이 자기 곁에 있는 것들만을 써서 필요한 것을 만들어 낼 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추정하고 결론 짓는 것 말이다.

p. 113

 

장소를 옮겨 내 몸이 야외의 더 큰 몸짓으로 확장되는 걸 느끼니 기분이 좋았다. 보폭이 성큼성큼 커지고 폐가 공기를 마음껏 받아들이는 걸 느끼니 크나큰 안도감이 들었다.

p. 159

 

넌 언제든 집에 올 수 있어, 얘 야. 아버지가 다시 말했다. 설령 네가 개자식과 결혼한다 해도, 넌 언제든 그 녀석을 떠나 집으로 올 수 있어.

p. 170

 

1984년 연결 상태가 좋지 않던 유선 전화를 통해 들은 아버지의 말을 생각한다. 그 말은 추운 필라델피아에 있던 나의 향수병 걸린 마음에 와닿았다.

p. 171

 

뭔가를 아는 것의 문제는 그걸 모를 수가 없다는 점이다.

p. 174

 

어떤 일이 부자연스럽지 않고 자연의 질서에 어긋나는 것도 아닐 때 자연에 개입하는 건 잘못된 일이다.

p. 175

 

가장 좋은 엄마는 행복한 엄마예요. 의사가 말했다. 젖병으로 분유를 먹이세요.

p. 195

 

아이는 자꾸 거짓말을 하고 싶게 만드는, 영원히 거짓말을 하고 싶게 만드는 질문을 했다. 내가 죽을까요? 아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죽게 될까요?

p. 202

 

체념의 이면은 분노였고, 분노는 때때로 내 분열된 삶의 균열들 속에서 자기가 갈 길을 발견했다.

p. 208

 

너의 집에는 아이싱을 먹지 않으려는 아이가 있다. 그리고 오늘은 그 아이의 생일이다. 그 아이는 항상 아이는 아닐 것이고, 너는 항상 그 아이를 안전하게 지켜 주지는 못할 것이다.

p. 245

 

돌봄의 결말은 큰 슬픔이라는 것.

p. 267

 

어떤 위기가 닥쳐올 때마다 나는 늘 앎과 알지 못함의 사이에 난 틈에, 정보와 이해력 사이에 난 틈에 버려진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것 같다.

 

지식과 본능이 다툼을 벌이면 늘 본능이 승리한다.

p. 288

 

그 친구가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한 번이라도 누군가를 깊이 사랑해 본 적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그 친구의 생각만큼이나 추했다. 그리고 어쨌든 그 친구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p. 292-293

 

이런 식으로 나는 세상이 계속된다는 걸 배웠다. 대체 할 수 없는 생명이 순식간에 빛을 잃었다. 하지만 세상은 내방 창밖에서 축하를 받으며 확 타오르고 있었다.

p. 310

 

가족 안에서 살면서 내가 뭔가 배웠다면, 그것은 우리가 서로에게 속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p. 321

 


 

Credit

글. 이정윤

사진. 이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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