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록🖋️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패트릭 브링리(Patrick Bringley) 웅진지식하우스

2024. 1. 12. 17:10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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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번째 읽기록

By Jeong-Yoon Lee

 

퇴사한지 6개월째,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쉼이 길어진 만큼 그 시간 동안 나는 수많은 질문과 답을 오갔다. “세상을 살아갈 힘을 잃어버렸을 때 나는 내가 가장 아름다운 곳에 숨기로 했다"라는 책띠지에 적힌 문구처럼 나도 가장 아름다운 곳에 숨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세상을 살아갈 힘을 잃어버릴 만큼 힘들진 않지만)

 

나의 내면을 향한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질문과 나를 이해하고자 내린 답 속에 이 책을 만난 건 기쁨 그 자체였다. (진심!!!) 어느 정도 나의 길을 닦아놓은 상태에서 이 책을 만나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더한다. 아마도 이 책을 현시점에 알게 된 분들은 이동진 평론가 선정 2023 올해의 책으로 접하게 되었을 것이다. (맞죠?) 추천해 준 3가지 책 중에 가장 먼저 읽어보고 싶단 생각에 빠르게 주문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직접 다녀온 수많은 미술관을 떠올리게 되었다. 국내를 제외하곤 영국 런던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Victoria and Albert Museum), 프랑스 파리 퐁피두 센터(Pompidou Center), 체코 프라하 성(Prague Castle), 오스트리아 빈 벨베데레(Belvedere) 궁전이 번갈아가면 떠올랐다. 아쉽다면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는 사실일 뿐이었다. 고맙게도 책 속에 묘사된 수많은 미술관의 풍경들을 머릿속으로 상상해 보기엔 어렵지 않았다.

 

본인이 선택한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10년간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사람이 세상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태도를 배울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은 많은 분들이 느꼈겠지만 미술관 경비원으로 꼭 일해보고 싶다. 비슷한 맥락으로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꾸준하게 하고 있다. 한 직장에 10년의 시간을 보낸 뒤 그곳을 나올 때 무엇을 가지고 세상에 나올지 고민해 보는 일은 완벽한 마무리를 짓는 일 같았다. 새로운 시작에 더해질 새로운 관점이 장착되었다면 그다음 여정도 진짜 멋진 인생이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하여 인생을 살아가면서 예술이 왜 필요한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예술을 하는 사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보게 될 예술품을 어떤 식으로 대해야 할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 세상에 무엇을 남기고 싶은지 알아챈 거 같다. 목차의 제목만 보고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서 좋았다. 이 제목 뒤로 무슨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하며 읽었다. 시간이 많은 지금의 나의 상태가 고마울 뿐이었다. 빠르게 재촉해서 읽기 싫었다. 두 번 세 번 읽은 구절도 많다. 책 속의 모든 이야기를 제대로 느끼고 싶었다.

 

인간으로 태어나 먹고, 자고, 싸고만 해도 하루는 무사히 지나가는데, 인간이 일궈놓은 세상을 보면 인간 자체가 진짜 대단한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살면서 느꼈을 삶의 아름다움, 슬픔, 진실, 놀라움 같은 순간들을 예술로 만들어둔 덕분에 우리의 인생이 풍요로울 수 있는 거 같다. 아름다운 것을 정성을 다해 만들려는 본성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사실 자체가 신비로울 뿐이다. 정말 인간은 신비하다.

 

Photo: 이정윤 @antyoon
Photo: 이정윤 @antyoon

 

문장 수집

당신은 지금 세상의 축소판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메소포타미아의 비옥한 개펄에서 파리의 센강 서쪽 리브고쉬의 카페 이르는 드넓은 땅과 그 너무 수많은 곳에서 인류는 정말이지 놀라운 성취를 이루어냈습니다. 먼저 그 광대함 속에서 길을 잃어보십시오. 인색하고 못난 생각은 문밖에 두고 아름다움을 모아둔 저장고 속을 자유롭게 떠다니는 작고 하찮은 먼지 조각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즐기십시오.

 

가능하면 미술관이 조용한 아침에 오세요. 그리고 처음에는 아무하고도, 심지어 경비원들하고도 말을 하지 마세요. 모든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면 눈을 크게 뜨고 끈기를 가지고 전체적인 존재감과 완전함뿐 아니라 상세한 디테일을 발견할 만한 시간을 스스로에게 허락하세요. 감각되는 것들을 묘사할 말을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거기에 귀를 기울여보세요. 어쩌면 그 침묵과 정적 속에서 범상치 않은 것 혹은 예상치 못했던 것을 경험하는 행운을 누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예술품의 제작자, 문화, 의도된 의미에 관해 알아낼 수 있는 건 모두 알아내세요. 그것은 보통 우리가 자신을 겸손하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어느 시점이 되면 방침을 바꿔 자신의 의견을 내세워보고 싶은 마음이 들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우리와 다름없이 오류투성이인 다른 인간들이 어떻게 해석했는지를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메트입니다. 여러분은 예술이 제기하는 가장 거대한 문제들에 대해 의견을 피력할 자격이 있습니다. 그러니 아무도 자기 생각을 들을 수 없다는 사실에 기대어 용감한 생각, 탐색하는 생각, 고통스러운 생각, 혹은 바보 같을 수도 있는 생각들을 해보십시오. 그것은 맞는 답을 얻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가 늘 사용하는 인간의 정신과 마음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함입니다.

 

메트에서 애정하는 작품이 어떤 것인지, 배울 점이 있는 작품은 무엇인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연료가 될 작품은 또 어는 것인지 살핀 다음 무엇인가를 품고 바깥세상으로 나가가십시오. 그렇게 품고 나간 것은 기존의 생각에 쉽게 들어맞지 않고, 살아가는 동안 계속 마음에 남아 당신을 조금 변화시킬 것입니다.

p. 322-323

 

Photo: 이정윤 @ant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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