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설 "황금의 고삐" 프랑수아즈 사강

2023. 11. 29. 18:26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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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6번째 독서기록


 

솔직히 고백하자면 책에 60%(?) 정도 밖에 집중을 하지 못하였다. 머릿속으로 빨리 16번째 독서를 끝내고 싶단 압박과 잡다한 생각들이 헤집고 다니고 있어서 책을 100페이지 넘게 읽는 동안 내가 지금 뭘 읽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그래서 도무지 나의 읽은 시간이 아까워 작가의 말을 먼저 읽어보려고 했으나 작가의 말은 없어서 “사강을 읽는 일" 소설가 신유진의 말을 듣게 되었다. 우리는 종종 책이 아닌 작가를 읽는다는 표현을 쓴다…프랑수아즈 사강은 한 인터뷰에서 작가란 늘 하나의 강박을 이야기하는 존재라고 말했다…. 도달할 수 없으나 욕망할 수 있는 것.

 

그렇게 하나의 강박, 도달할 수 없으나 욕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머릿속에 집어넣고 다시 읽어가기 시작했다. 하나의 강박은 피해의식. 도달할 수 없으나 욕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사랑. 이렇게 답을 내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요즘 매일같이 뜨거운 뉴스를 만들어내고 있는 “나는 솔로 16기” 영향인 거 같다. 돌싱특집이기도 했던지라 나온 출연자들의 언행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피해의식"이라는 키워드가 새겨지고 있었다.

 

사랑을 하나의 의미로 정의할 순 없는 일이지만 한 관계와의 온전한 사랑을 나눠보진 못한 일이 결국은 본인에게 상처로 남아 생겨난 피해의식이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왜곡된 시선으로 받아들이는 상황이 보는 3자로 하여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로랑스라는 인물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계속 들었다. 부디 내가 작가가 눈치 채주길 바라는 힌트에 접근했으면 한다! 그래서 머릿속이 가벼울 때 다시 한번 읽어보려고 한다.

 

소설이 재밌는 이유는 인간의 감정선을 날 것으로 들여다볼 수 있어서이다. 나는 솔로와 같은 리얼 연애 프로그램이 재밌는 이유도 같은 이유다. 대본이 없는 날 것의 감정들! 살롱 드립에 스위트홈 2 홍보를 위해 이진욱 님이 나와 나는 솔로를 재미나게 보고 있단 이야기를 전했다. 연기에도 도움이 된다고! 너무 맞고 공감하는 이야기였다. 인간은 몹시 복잡한 존재고 내가 겪은 경험으로만 사람을 안다 할 수 없으니까요.

 

Photo: 이정윤 @antyoon

 

 

【ˇ˘° 황금의 고삐 문장 수집 °ˇ˘】

 

불행은 계속 불행을 자초했고

우리의 상스브리나 p167

 

비정상적인 그의 유년 시절은 심리적인 것으로 되어버렸다.

발랑스 부인과의 농담 p. 217

 

그 음악은 우리가 사랑에서 맛보고자 하는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주의 깊은 감미로움, 정열적인 기쁨, 특히 다정다감함, 그리고 굽힐 줄 모르는 신뢰. 이런 것들은 우리가 한 번도 가져본 적 없었고, 그저 우리가 고통스럽게 만들어 냈거나, 시기에 맞지 않게 얻어낸 그런 것의 환상을 갖거나 흉내를 냈을 뿐이었다……. 그런 사랑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은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며, 그런 사랑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는 것은 또 얼마나 절망적인가.

시인의 마돈나 p. 254-255

 

어찌 되었든 나는 나 자신을 무시하는 걸 거부했고, 나를 기생충이나 백치로만 보는, 다양하고도 그 수가 슬프게도 점점 늘어나는 무리와도 어울리지 않기로 했다. 이 세상에서 나를 알아줄 사람이 단 하나뿐이라면, 내가 바로 그 사람인 것이다!

시인의 마돈나 p. 261

 

그곳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산책길 중 하나이기도 했다…… 일주일 전부터 나는 책 한 권을 진지하게 읽을 시간조차 없었다. 나의 우울증은 바로 이런 데서도 생기는 것이었다.

시인의 마돈나 p. 274

 

그녀는 좋지 않은 상태에 처해 있으면서, 허구와 자기기만 그리고 부조리한 추리를 가득히 품고 있고, 맹목적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또 다른 방황을 주어서는 안 되었다.

무력한 증인 p. 294-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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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이정윤 @antyoon

 

♥프랑수아즈 사강 Françoise Sagan

본명은 프랑수아즈 쿠아레Françoise Quoire.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 ‘사강’을 필명으로 삼았다. 19세 때 발표한 『슬픔이여 안녕Bonjour Tristesse』(1954)이 전례 없는 베스트셀러가 되어 문단에 데뷔, 그해 프랑스 문학비평상을 받았다. 사람들은 그녀가 단 한 권의 책을 쓴 작가로 남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비범한 재능은 그 삶이 타들어가는 순간에도 질주를 멈추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사강은 프랑스 문화의 상징적 존재로 남아 있다.

 

사강의 스물아홉 번째 책, 『황금의 고삐』는 우리 자신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일종의 고삐를 쥐고서 타인을 끊임없이 소유하려 들고, 결국엔 그 고삐가 자기 자신의 목을 조인다는 것을 보여준다. 소설 속 인물들은 빈곤한 욕망 앞에 좌절하면서도 고삐를 놓지 못한다. 사강은 이 과정에서 사랑과 고독으로 점철된 삶을 탁월한 감각과 사유로 묘사해낸다. 그 누구도 고독 앞에서 자유를 말할 수 없다는 사실까지도. 그리고 독자들은 마침내 알게 될 것이다. 사강의 삶을 채우던 단 하나의 재능은 사랑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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