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일기📝 가을 파리의 시작과 여름 제주의 끝 면세 쇼핑한 향수(가브리엘 샤넬, 아란치아 디 카프리)

2024. 1. 26. 22:14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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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가지 하나만 흔들고 가진 않는다

By Jeong-Yoon Lee

 

얼마 전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제대로 봤어요. 역시 기억과 향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기묘한 관계성이에요. 사람에겐 수많은 감정이 있고 그 감정들로 인해 핵심 기억이 존재하고 버려지는 기억도 셀 수 없이 많다는 거죠. 대게 사람들에게선 행복하기만 하려고 애쓰는 거 같아서 안타까울 때가 있어요. 실패, 이별, 상처, 좌절, 포기와 같은 깊은 슬픔 감정에서 발견할 수 있는 한정판 명품처럼 희귀함을 느낄 수 있는 하루도 만들어 주거든요. 나를 변화시키거나 딛고 일어서게 하는 감정은 좋은 감정보단 힘든 감정에서 폭발하기도 하잖아요.

 

Photo: Jeong-Yoon Lee @antyoon

 

안 좋았던 기억을 좋은 기분으로 되덮기

이런 기억과 마찬가지로 향수에 대한 향에 대해서도 이번에 새로운 기억으로 덮어버린 일이 있었거든요. 한때 불가리 파란 병의 남자 향수가 선물하기도 좋고 유명해서 기쁨 마음을 안고 생일선물을 한 적 있는데, 받았던 그분이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선물한 저 말고 향수 자체에 안 좋은 피드백을 하셨어요. 그 뒤로 그 향수가 꼴 뵈기도 싫어지는 거예요. 악플은 안 보면 좋겠지만 본 이상 마음의 상처는 어쩔 수 없는 문제니까요. 그래서 그 비슷한 향수도 싫어했는데, 이번에 우연히 루이비통 메테오르 향수를 시향 하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불가리 파란 병의 기억이 꺼내지더라고요.

 

시간이 지날수록 첫인상부터 잔향까지 고급스러움 그 자체로 깔끔한 신사가 머릿속에 떠오르더라고요. 어랏! 이 향 괜찮네? 물론 노트가 같지는 않겠지만 남자 향수에 대한 안 좋았던 선물 기억이 고급스러운 좋은 향으로 뒤덮이는 경험을 하게 되었어요. 기억도 하나의 형태로 평생 가지 않는 것처럼 향도 처음엔 내 스타일이 아니었는데 어느 날 다시 맡았더니 어랏? 괜찮네? 할 수 있다는 거! 향수는 그래서 기억과는 뗄 수 없는 상호 관계인거 같아요. 여행의 기억이 일상을 활기차게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듯 여행의 시작과 여행의 끝에서 구매했던 향수 2가지를 꺼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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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Jeong-Yoon Lee @antyoon

 

여행 시작 : 파리의 노천카페를 떠올리며

방콕, 런던, 파리, 프라하, 비엔나 코스로 여행을 떠나기 전 인천공항 면세에서 향수를 보기 시작했어요. 일단 다 제쳐두고 무조건 프랑스 파리랑 어울릴 향수를 픽 하겠다는 마음으로 가브리엘 샤넬을 구매했던 거 같아요. 왠지 모르게 힘들 때 영화 코코 샤넬을 보면 바닥까지 내려간 저의 텐션이 어느 적정선까지는 올라오거든요. 뭔가 안식처 같은 영화에요. "가브리엘 샤넬에게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가브리엘 샤넬 오 드 빠르펭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여성을 위한 향수입니다. 자신만의 아우라를 선사하는 빛나는 여성입니다." (안 살 이유가 없었네요)

 

저의 최애 향수인 디올 퓨어 쁘아종보단 코를 강렬하게 자극하는 묵직한 한방이 있지만 그 깊이감이 전 좋더라고요. 여행하기에 계절도 너무 좋아 서울에선 자칫하면 못 입고 지나치는 트렌치코트를 잘 입을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쨍한 맑은 하늘은 아니었지만 적당히 흐릿한 날씨에 노트르담 대성당을 화재전에 봐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가십걸에서 블레어가 쇼핑백 양손에 들고 걸었던 알렉산드로 3세 금장식 다리도 너무 황홀했었어요. 에펠탑이 보이는 한국에서 미리 예약하고 갔던 레종브레에는 한국 관광객이 너무 많아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모든 순간이 정물화처럼 아름다웠다.

 

가브리엘 샤넬

가브리엘 샤넬 오 드 빠르펭은 빛을 머금은 향수입니다. 이국적이고 강렬한 쟈스민, 생동감 넘치는 과일 향이 매력적인 일랑일랑, 신선하고 반짝이는 오렌지 블라썸, 그리고 부드럽고 섬세한 그라스 튜베로즈를 포함한 4가지의 꽃향기가 어우러져 완성된 순수한 플로랄 향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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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Jeong-Yoon Lee @antyoon

 

 

여행 끝 : 여름 청귤 제주도를 기억하며

처음에 함께했지만 돌아오는 길은 혼자였던 그래서 유독 긴장하기도 했고 설렜던 여름 제주도 여행이었어요. 주변에 따스한 사람들이 많아 그나마 삶을 풍요롭게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에요. 정말 저 혼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거든요. 그렇게 뭔가를 훌훌 털어버리고 싶고 정리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꽤나 오래 혼자 집이 아닌 공간에 머물다 보니 다양한 기억들이 올라오더라고요. 어릴 적 학교 가던 길, 걸으면서 했던 상상들, 처음엔 무서웠지만 하루 이틀 적응되니 더 멀리 가볼 수 있었던 낯선 덕수리 마을 산책길이 즐거웠어요. 이대로라면 시골에서 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어요.

 

모든 여행 일정을 마치고 김포공항으로 꽤나 일찍 도착해 원래는 계획에 없었던 향수 쇼핑이었지만 이 여행을 소중하게 기억하기 위해 면세를 둘러보다 아쿠아 디 파르마에 다다랐었어요. 이미 내가 뭘 살지는 머릿속에 떠올려놓았지만 정말 이 여행의 마무리로 탁월한지 시향을 한 번 더 해보고 바로 구매하게 되었어요. 앞으로 향수는 여행의 시작이 아닌 마무리로 사고 싶어졌어요. 그 향수를 볼 때마다 내가 걸었던 길, 하늘, 냄새, 나의 기분이 떠오를 테니까요.

 

아란치아 디 카프리

아란치아 디 카프리는 아쿠아 디 파르마가 만든 편안한 오드 뜨왈렛입니다. 오렌지와 만다린, 레몬 향의 밝고 상큼한 향이 특징이며 페티그레인 향은 강렬한 카다멈향과 조화를 이룹니다. 베이스노트로는 카라멜의 가벼운 터치와 머스크의 관능적인 향으로 마무리됩니다.

 

 

Credit

글. 이정윤

사진. 이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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