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tyoon 앤트윤 공모전 탈락하고 느낀 나의 디자인 수준

2024. 2. 6. 11:57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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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디자인 수준을 알고 싶을 때

By Jeong-Yoon Lee
 
고등학생 때 조선대에서 열렸던 캐릭터 공모전에 나가본 후, 두 번째로 응모해 보게 되었어요. 꽤나 오래전에 나가보고 이 얼마 만인가? 고등학생 때는 정말 며칠간 선생님하고 공들여 준비해서 나갔던 기억이 생생한데 그 자료들이 하나도 남지 않아 속상할 따름이에요. (나의 강낭콩 캐릭터!) 친구가 카톡으로 “커피축제 네이밍 공모전” 소식을 알려줬어요. “오~ 할 일도 없는데 재미나겠는걸?” 싶었어요. 꽂힌 문구가 있어서 바로 응모를 하고 중복 안내가 없어서 한 번 더 응모를 하게 되었어요.
 
결과는 안타깝게도 제목에서도 언급했듯이 탈락을 하게 되었어요. 보통 이런 응모를 하고 나면 결과만 듣지 별도 피드백은 듣지 못 드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관계자가 가까이 있었으므로 기분 좋은 피드백도 듣게 되었어요. 네이밍이 적합하지 않아 최종 탈락하였지만 디자인은 원픽이었다는 참으로 위안이 되는 기분 좋은 말이었어요.
 
제가 간과했던 부분이 너무 확실해서 깨끗하게 인정했습니다. 이 네이밍으로 이런 활동을 1년 동안 진행했으면 좋겠다. 축제에 온 사람들이 이런 기분을 느꼈으면 좋겠다. 이런 즐거운 마음으로 응모를 하긴 했는데 너무 멀리 갔나 봐요! 그러면서 내가 디자인이 싫어진 이유에 대해 거듭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직업적으로 디자인이란 일에 대해 회의적인 순간이 있었거든요. 매너리즘이라고 하던데! 내가 디자인을 계속한다면 딱 이 둘 중 하나겠구나 싶었어요! 목적 없는 특별함을 지켜내느냐? 목적 있는 평범함으로 기계처럼 돈을 버느냐?
 
 

목적 있는 평범함

지나고 나면 기회 자체가 주어진 부분에 대해 대단히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시스템이 잡힌 곳과의 일은 시작부터 대우가 다르거든요. 어찌 보면 이게 당연한 일인데라는 생각이지만! 디자이너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있고, 일정 및 업무 전달, 수정 사항, 마무리 입금까지 체계적이라 전체적으로 보면 잘 짜인 판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거든요.
 
시스템이 1도 안 잡힌 곳과 일하는 것과는 다르게 편하게 일할 수 있어요. 하지만 채널 십오야에서 윤여정 배우님이 말씀하셨듯 "산 좋고 물 좋고 정자 좋은 게 왜 나한테 오겠니?" 좋은 게 있으면 확실히 나쁜 것도 같이 옵니다. 그 시스템 안에서 엄청난 괴로움이 동반하잖아요? 1억을 주면 10억만큼 일해야 하는구나를 느낄 정도로 괜히 돈을 많이 주는 게 아니었어!라는 말이 튀어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결과물에 대한 작업자 본인 만족도가 현저히 떨어지게 되는 작업들이 늘어남에 따라 지치는 상황들이 반복되면서 내가 기술자인가? 디자이너인가? 싶은 순간이 옵니다. 물론 제가 말하는 디자이너는 엄청난 창의력을 요구하는 작업보단 프로젝트가 잘 끝나기 위해 외주로 진행하는 디자이너의 업무를 말하는 거예요.
 
나라는 사람은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은데 굳이 리스크를 안고 갈 이유가 회사에서는 없기 때문에 누가 봐도 안전한 길로만 가게 되는 상황이 이해가 되면서 화도 나고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돈은 꾸준하게 벌겠구나 하지만 나의 작업물은 새로운 시도라곤 찾아볼 수 없는 안전한 방향의 평범함만 유지하겠구나 싶더라고요.
 
 

목적 없는 특별함

디자인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온리 특별함만 가득합니다. 새내기 시절 얼마나 하고 싶은 게 많고 모든 게 설레겠어요. 아무리 까여도 일단 이거저거 다 넣어보고 싶거든요. 그러면서 깨닫게 되는 거죠. 어차피 정해진 답은 있구나! 어떻게 보면 트렌드를 잘 잃고 있어서 잘 따라가는 분위기지만 어찌 보면 트렌드 안에 갇히기 쉽거든요.
 
이런 데이터가 쌓이면 내 스스로 누가 봐도 OK할 디자인 결과물만 내놓게 되더라고요. 그게 싫어 A 안과 B 안이 있다면 A 안은 그들이 원하는 톤으로 B 안은 내가 하고 싶은 톤으로 결과는 A 안이 되겠죠! 이 둘 사이에서 고민하다. 매너리즘에 빠지기 싫어 스타트업과 같은 회사로 이직을 하게 되는 거 같아요.
 
새로운 시도를 무진장 많이 해볼 수 있는 열린 곳이잖아요? 오히려 이거저거 너무 많은 시도를 해서 대체 뭐 하는 건데?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죠. 매번 새로운 걸 끄집어내고 고민해야 하는 일은 더 재밌는 거 같아요. 이걸 싫어하는 사람은 평범함에 남아있겠죠. 경력이 쌓이면서 이제는 잘하는 어린 친구들이 많다 보니 자연의 순리처럼 난 이제 그만해야겠다는 판단이 들더라고요.
 
확실히 디자인은 자율성이 확보되었을 때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거 같아요. 지금은 디자인을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브랜드와 소비자를 잘 연결해 주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잘하고 싶습니다.
 
 

탈락한 결과물 구경하실래요?

Coffee in Swipe(응모한 네이밍에는 Coffee 대신 축제 동네 이름이 들어갔음) 축제에 온 사람들이 활동이나 경험을 스와이프를 통해 돌아보는 콘텐츠를 나타냅니다. 다양한 이야기를 즐기며, 특별한 순간을 느끼기 위해 재빠른 스와이프를 취해야 합니다. *Pinch me*(응모한 네이밍에는 Me 대신 동네 이름이 들어갔음) 무언가를 얻을 때의 놀라움이나 기쁨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커피뿐만 아니라 다양한 업종도 보유하고 있다 하여 다양한 쓰임을 염두에 두고 응모했지만 보기 좋게 탈락되었다. (잇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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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yoon @앤트윤

 
Credit
글. 이정윤
사진. 이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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